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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많은 희생을 치러 한 줌의 목숨이 살아남았다. 그 목숨조차 인리는 용납하지 않았다.
그럼에도 삼천 년간 살아남았다. 그걸 이제 와서 지워버리겠다는 건가.

마지막 신으로서, 여왕으로서 우리 북유럽을 위해.

그리고 아름다운 이름의 딸이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것을 위해서.”
──나는 고귀한 것을 보았다.
인간이 가질 수 있는, 가장 자랑스러운 힘을 보았다.

“오필리아. 너에게는, 내가 위대한 인물로 보였을까?
──그렇다면, 그 기대에 부응하마.”
“그, 눈과 얼음에 갇힌 칼데아에서, 늘 창문을 보고 있던 또 한 명의 나.
오래 전부터, 너하고……”

(────친구가, 되고 싶었어.)
“실패한 거구나, 당신도.”

───가엾은 여자. 어리석은 여자.
───오필리아 팜르솔로네.

“끝나는구나, 당신의 세계도.”

───내일이 없는 나에게, 알지 못했던 것, 놀라움을 가르쳐준 여자.
───나를 찾아낸 여자.
───연기를 내는 불꽃에게 말을 걸어준, 단 한 사람.
───아아.
───나는, 너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.
───불꽃에 지나지 않는 나는, 파괴에 지나지 않는 나는.
───너에게 무엇을.

“그렇다면, 똑같네. 우리는”

───너에게, 무엇을, 돌려줄 수 있을까.
“농담은 서툴구나. 수르트.
파괴-당신-에는, 나 같은 건 필요 없잖아.”

“아니. 네가 필요하다.
너는, 아무것도 할 수 없다. 성배조차도 도저히 이룰 수 없을 테지.
애정도, 인연도, 이 현실-세계-에서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.
그렇다면 태워라. 나와 함께, 모조리 불살라라.”

“오필리아. 별의 종말을, 함께, 보자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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